내 아내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어릴 적 부모에게 외면당하고 대목장의 손에 키워져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철수(정우성), 그리고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대기업의 사원으로 일하는 수진(손예진)이 등장한다. 수진은 최근 회사 상사인 유부남을 사랑하나 버림 당하고 슬퍼한다.
유난히 어릴 때부터 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오늘도 편의점에 콜라를 두고 온다. 남루한 차림의 철수를 본 수진은 카운터를 보았다. 비어 있는 카운터를 보고 자신의 콜라를 훔쳤다고 생각한 수진은 철수의 콜라를 잽싸게 빼앗고 들이킨다. 빈 캔을 돌려주고 수진은 버스를 타러 간다. 지갑 또한 편의점에 두고 온 것을 알고 다시 돌아간 편의점에서 직원은 수진에게 지갑과 콜라를 준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수진은 남자를 찾지만 철수는 사라지고 없다. 우연히 아버지가 책임지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철수가 수진의 회사 전시장의 수리를 위해 찾아왔다. 그러나 철수는 수진을 몰라보는 듯하다. 이내 수진이 자판기 콜라를 뽑자 철수는 수진의 손에서 콜라를 빼앗고 들이킨다. 그날 퇴근길 소매치기를 당한 수진, 철수가 그 모습을 보고 소매치기범을 잡는다. 그날을 계기로 수진은 철수에게 서서히 마음을 품게 된다.
어느 저녁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게 된 철수와 수진, 수진은 철수에게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둘은 사귀게 된다.
수진은 철수와 함께 인생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철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이를 부담스러워한다.
수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둘은 결혼하게 된다. 수진의 바람대로 철수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하며 애써 모은 돈도 엄마의 빚을 갚는 데에 써버린다. 그 후 철수는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고 하던 일도 잘 되는 등 순탄한 인생을 살게 된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던 중 평소 건망증이 심했던 수진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을 까먹게 되자 병원에서 여러 검사와 MRI 촬영을 하고 어린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수진이 평소와는 다르다고 느낀 철수는 병원을 찾고 수진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 수진은 철수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철수는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그러던 중 수진의 상사이며 그녀를 버렸던 유부남이 수진의 물건을 주러 집 앞에 오게 되고, 수진은 기억을 잃은 수진은 그를 연인으로 생각하며 집안으로 그를 들인다.
집으로 돌아온 철수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수진에게 상처를 줬던 그를 사정없이 때린다. 그리고 수진이 저녁초대를 했던 가족들이 집에 도착하고 그 장면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수진을 책임질 테니 철수에게 떠나도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수진의 곁에 남아있고 결국 수진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요양원으로 떠난다. 마지막으로 정신이 온전해진 수진은 철수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에 적힌 주소로 요양원의 위치를 알게 된 철수는 평소 수진이 좋아하는 화장품을 바르고 수진을 만나러 간다.
철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향을 기억하는 수진, 철수는 수진과 함께 둘이 처음 만났던 편의점으로 갔고 수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편의점 직원과 주치의의 도움으로 그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도 한다. 영화는 철수와 수진이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용서는 미움에게 방 한 칸만 내어주면 된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멜로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클래식과 견줄 정도로 여러 번 본, 감히 명작이라 칭하고 싶은 영화이다.
많은 명대사가 있지만 영화를 보고 용서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했던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란 철수는 항상 부모를 원망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미워하는 것엔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만 평생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사는 것은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나타난 엄마를 용서할 수 없는 철수에게 수진은 " 용서는 힘든 게 아니야. 용서는 마음속에 방 한 칸만 내어주면 되는 거야. 그렇게 미워하는 엄마한텐 안방, 부엌방 다 내주면서 정작 자신은 집 밖에서 덜덜 떨고 있잖아."라고 말한다.
수진의 말을 계기로 철수는 엄마를 용서하게 된다. 미워하는 상대가 없어져 마음의 여유가 생긴 철수는 온전히 수진을 사랑하게 된다.
철수가 수진을 만나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며 용서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움이란 감정을 못 느껴본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나 또한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이 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지만 상대는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을 보며 미움의 감정이 커져갔다. 그러나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사람의 행동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욕을 하는 나 스스로에게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용서란 스스로 편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 용서를 할 때는 힘들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깊게 생각하지 않으니 점점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고"그래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무뎌졌던 것 같다. 진정한 용서란 모두 잊는 것이란 말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짧은 인생에서 누군가를 미워하며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용서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다면 용서를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럴수록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가장 큰 복수는 용서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용서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어 오랜만에 값진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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