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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마음 둘 곳 없이 떠돌던 청년

by 유키미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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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끝이 허무하다.

아비(장국영)는 늘 사랑을 찾아 떠나지만 정작 마음을 깊게 주는 것을 무서워하고, 가벼운 사랑만을 원한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소려진(장만옥)에게 호감을 느낀 아비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결국 소려진의 마음을 얻게 된다. 같이 생활하게 된 둘, 그러나 아비는 곧 권태감을 느낀다. 소려진과의 짧은 사랑 후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유가령)와 함께 살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적극적인 루루는 아비가 곧 자신을 질려한다는 것을 깨닫고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루루에게도 헤어짐을 통보하는 아비이다.  사실 아비에게는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랑을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아비는 갓난쟁이 시절 생모에게 버려지고 새어머니의 손에서 키워지게 됐다. 그러나 새어머니는 남성편력이 심한 여자였다. 어릴 때부터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는 새어머니를 보면서 자랐고 이에 새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어릴 때부터 생모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새어머니는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비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생모의 거처를 알게 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난다. 그 쯤 아비에게 버림받았던 소려진은 아비의 집에 남아있는 물건을 가지러 가던 중 길을 지나가는 경관(유덕화)을 우연히 마주친다. 많이 힘들었던 소려진에게 용기를 주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경관은 소려진에게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나 이 둘 또한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남자는 경관일을 관두고 배의 선원이 되어 필리핀으로 떠난다.  한편 루루 또한 아비와 헤어진 후 힘든 시간을 보낸다. 예전부터 루루를 홀로 좋아했던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루루가 힘들어할 때마다 그녀를 위로하며 아비를 잊으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루루는 아비를 애타게 원하고 있다. 결국 아비의 친구는 그녀를 포기하며 자신의 차를 팔고 그 돈을 루루에게 준다. 루루는 돈을 받고 아비가 떠난 필리핀으로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비의 친구는 아비와 다시 만나게 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얘기한다. 필리핀으로 떠난 아비는 결국 생모가 사는 곳을 찾게 된다. 용기를 내 초인종을 누르지만 생모가 집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린다. 선원이 된 남자는 집을 가던 중 만취해 길에 뻗어있는 아비를 발견하고 그를 부축한 뒤 집으로 데려간다. 술에서 깬 아비는 남자에게 필리핀에서 떠나자고 얘기한다. 그리고 둘은 어느 술집으로 가 위조여권을 거래하 던 중 아비가 상대방을 해치게 되면서 아비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다. 아비와 남자는 추격자들을 쫓아내고 겨우 기차에 타게 된다. 둘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비가 해쳤던 여권 위조업자의 동료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만다. 아비가 눈을 감기 전 자리로 돌아온 경관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눴다. 경관은 소려진이 자신에게 했던 영원히 기억될 1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아비는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눈치채지만 만약 소려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아비를 만나고자 필리핀에 온 루루,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소려진, 자신의 방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주모운(양조위)이 잠시 등장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고독한 주인공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이다. 왕가위는 아비정전에서 비좁은 집과 계속 똑같은 구도를 사용해 고독함을 느끼는 등장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선 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것과, 아비가 방을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등을 바라본다는 건 보통 떠나가는 사람들 뒤에서밖에 볼 수 없는 외롭고 슬픈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멈춰있지 않고 계속 오가는 행동은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내려둘 수 없고 계속 떠돌아다니는 사랑을 해야만 하는 아비의 심리상태를 잘 나타낸다.  영화를 보면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결국엔 정착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들 짧은 사랑만 나눌 뿐이다. 완전한 사랑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허무하다고 까지 보일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해프닝

영화는 결말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우선 아비가 기차에서 습격을 당한 것을 놔두고, 루루가 필리핀으로 아비를 찾아온 장면과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소려진을 보여준다. 사실 주인공 아비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이 대놓고 보였음에도 굳이 아비의 지난 연인들을 묘사한 것이 보통의 엔딩을 만드는 것 과는 이질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영화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양조위가 등장한다. 처음 관람당시 이런 개연성 없는 엔딩에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아비정전은 2부작을 계획했던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2부에선 아비에게 상처받은 루루와 소려진, 그리고 양조위를 주인공으로 해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비정전이 흥행에서 참패를 가져가며 제작사가 도산했고 왕가위의 결말에 대한 논란 등으로 2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아비정전 2라는 명칭을 붙여 이야기한다. 왕가위의 영화자체가 아비정전과 비슷한 정서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고 영화의 등장인물 또한 지속적으로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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