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나지만, 인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도 만나지 못한다.
1980년대 말 홍콩에서 소군(여명)과 이교(장만옥)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중국 본토에서 왔다는 것과 대만 가수 등려군을 노래를 즐겨 듣는다는 것이다. 꿈을 위해 홍콩에 온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게 되며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소군은 돈을 벌어 결혼하기로 한 여자친구 소정이 있었고, 이교는 돈을 벌어 성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이교는 애써 모아둔 돈을 무리하면서 까지 주식에 넣었지만 1987년 홍콩 경제 위기로 인해서 투자에 실패하게 된다. 악착같이 모은 3만 달러를 손해 본 이교는 결국 안마시술소에서 직업을 구하게 된다. 소군은 이교에게 의지가 되고 싶었으나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소군의 마음은 이교에게 점점 짐이 되어간다. 이교에게 돈 많은 보스 표형(증지위)이 등장하고, 소군의 바보 같은 사랑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 속에 고민하는 이교는 결국 소군의 품을 떠나게 된다.
몇 년 뒤 소군은 소정과 결혼하게 되고, 이교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표형과 함께 이교는 소군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둘은 오랜만에 조우한 후 하룻밤을 보내며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그대로임을 확인하고 떠나는 것을 계획한다. 그러나 표형이 경찰로부터 추격을 당하게 되며 이교는 표형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이교는 도망쳤지만 소정에게 이교를 사랑함을 고백하고 소군은 소정과 헤어지게 된다.
소정과 헤어진 소군은 뉴욕에 정착해 차이나 타운에서 자리를 잡는다. 도피생활 중인 표형과 이교 또한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이교가 빨래를 찾으러 간 사이 싸움에 휘말린 표형은 총을 맞고 사망한다. 그 후 불법체류자 신세인 것을 정부에 걸려 48시간 내에 이교는 미국에서 추방당하게 되었고, 공항으로 가던 중 소군을 보게 된다. 급히 소군을 찾아보지만 그를 놓치고 만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뉴욕에서 이교는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소군 또한 뉴욕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교는 걷던 중 등려군의 사망소식을 보게 되고, 소군은 그 옆에서 소식을 접한다. 그 자리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둘은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 시절 홍콩의 정서를 섬세하게 담았다.
1842년과 1860년 두 번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홍콩을 99년 임대하는 조건으로 청나라에게서 가져오게 된다. 영국은 홍콩을 되돌려 주고자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고 두 번의 세계 대전과 중국의 내전으로 홍콩 문제는 잠시 잊히고 있었다. 1949년 국공내전패배로 중국의 공산화가 가속화되며 자유를 원하는 중국인들은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많은 노동력을 손에 쥔 홍콩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중국은 서방지역과의 소통을 완만히 하기 위해서, 그리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영국을 의식해 홍콩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홍콩지역을 다시 돌려줄 시기가 돌아오며 영국은 중국과 협상한다. 여러 번의 협상 끝에 홍콩 전 지역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인들 대부분은 서양문화와 중국문화가 합쳐지며 생긴 홍콩 특유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과거 중국 공산당을 피해 홍콩으로 떠나온 사람들은 본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이에 중국 주석 덩샤오핑은 일국양제(1997년 7월 1일 기점으로 중국에 돌려주지만 최소 50년은 영국이 홍콩에 기반을 다져놓은 홍콩의 정치, 사회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치제도) 제안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중국 반환을 반대하는 홍콩은 충격과 불안감으로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고 해외로 떠나는 이민자가 많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초반에는 가난한 중국 본토 사람인 소군과 이교가 홍콩으로 떠나왔다면, 후반부 주인공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기적 배경이 홍콩 반환과 가까워지는데 그런 배경과 연관 지어 연출했던 것 같다.
역사적 배경에 기반을 두고 영화를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군과 이교를 중국과 홍콩의 관계로 빗대었다고 보는 해석을 예로 들 수 있다.
약혼자와 이교에게 대놓고 같은 선물을 하려 하는 어리바리한 소군은 중국을 상징한다. 반면 이해타산적이며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이교는 홍콩을 상징한다. 그러나 둘은 같은 가수 등려군을 좋아한다. 이를 통해 둘은 같은 뿌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둘은 계속 엇갈리지만 결국 머나먼 미국에서 인연이 맺어진다. 갈등과 대립이 있지만 결국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첨밀밀을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요소
영화를 본 뒤 오히려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은 소군이 아닌 표형이었다. 본인이 현재 사랑을 하는 건지 타국에서 만난 고향사람과 우정을 쌓는 건지 모르는, 너무 순수해서 바보같은 소군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다. 그에 비해 표형은 이교가 자신을 무서워하자 등에 미키마우스 문신을 새기고" 네가 무서워할 만한 친구를 데려왔어."라고 말하고, 경찰로부터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땐 다른 사람을 만나라 놓아주고, 아이는 싫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보러 다니던 표형이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소군과의 로맨스가 아닌 표형과 이어지는 쪽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좀 더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소군과 이요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얘기는 한동안 내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과 함께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마치 홍콩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던 것과 같은 착각이 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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