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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미완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사랑

by 유키미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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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화양연화

화양연화는 같은 시간 같은 집으로 이사 온 차우(양조위)와 첸 부인(장만옥)이 서로 조우하면서 시작한다.

둘의 배우자는 일을 핑계로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다. 집 앞 국숫집 가는 골목에서 자주 조우하는 그들은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다가 친분이 쌓이게 되며 함께 저녁을 먹게 된다. 식사를 하며 차우는 첸 부인의 가방이 아내의 것 과 똑같고, 첸 부인은 차우의 넥타이가 남편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며 각자의 배우자가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배우자가 어떤 기분으로 만날 지를 상상하며 가까워지게 됐고 서로에게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무협 소설을 나눠 보면서 서로에 대한 흥미가 더 커지게 된다. 집주인들이 오래 부재중 일 예정이자 둘은 차우의 방에서 무협소설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주인집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집으로 들어오자 차우에 방에 갇히게 되었다. 좁은 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둘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 후 집이 아닌 호텔에서 소설을 쓰게 되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 둘은 선을 넘을 듯 말 듯 넘지 않는다.  둘은 거리를 걷거나 택시에 앉아 있을 때에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행동한다.

영화의 중후반부가 되면 차우는 첸 부인을 호텔로 부르게 된다.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우 앞에 등장한 첸 부인은 남편의 부적절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랑은 그들과 다르다"며 도덕적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첸 부인에게 헤어짐 연습을 해보자고 하는 차우, 그녀를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할 수 없음을 슬퍼하며 첸 부인을 위해 사랑을 끝내고 싱가포르로 떠나는 것을 결정하는 차우를 보게 된다.

서로 헤어지게 된 지 10년이 지났다. 첸 부인은 차우와 이웃이었던 오랜만에 찾은 아파트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고, 차우는 미완의 사랑을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멍에 속삭이고 진흙으로 봉인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왕가위 감독의 미장센

미장센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영화 속 등장하고 있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대두되는 사물이나 조명, 인물, 카메라의 각도 등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와 함께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미장센의 대가'라 칭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단연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화양연화를 뽑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포스터부터 붉은 배경에 흰 글씨로 새겨진 화양연화는 강렬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또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피처럼 붉은색을 활용하며 감정을 이끌어내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둘의 배우자는 목소리나, 뒷모습만 나올 뿐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첸 부인과 차우에게만 집중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주인공들이 만나거나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서 프레임 안에 가둬두는 연출효과를 쓰기 때문에 액자 속 사진을 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화양연화의 명장면

영화에서 명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국수가게에서 서로 마주치는 장면을 뽑을 것이다. 국수는 배우자의 부재를 의미한다.

두 주인공은 자신의 배우자를 잃고 , 같이 식사를 할 사람이 없이 혼자 집 근처 국숫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국수가게로 가는 골목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고, 서로 가족의 부재를 확인하게 된다. 

좁은 골목이기 때문에 서로 마주쳐도 피할 수 없는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을 느린 속도로 보여주는 장면은 쓸쓸하기도 하고, 애틋한 감정을 더욱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화양연화는 2000년에 개봉 후 칸 영화제에서 양조위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홍콩영화상에서 최우수 촬영상을 포함해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많은 영화가 나와있는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전부터 볼 계획이 있었지만 금지된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어 보는 것을 고민하다 우연히 넷플릭스에 등록되었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왜 이걸 지금 봤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애정장면이 없지만 숨 막히게 아름다운 사랑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삭제 판에서는 좀 더 수위 높은 장면들이 있다고 하나 영화 개봉당시 아름답고 애틋한 정서를 담아내고자 삭제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들 없이도 충분이 관능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왜 삭제를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배우자와는 달리 본인들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더 발전된 관계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 사랑함을 알고 있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를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조위의 눈빛과 장만옥의 치파오는 영화를 본 지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별하는 것 또한 진정한 사랑임을 알려준 영화, 화양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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